간단한 등록 과정을 마친 후, 아이샤는 나처럼 존재감이 흐릿해진 사람들을 이른바 ‘남겨진 자’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으면 금세 잊혀진다는 것이다. 아이샤는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남겨진 자들의 신상 조사를 하고, 함께 온 사람이 증인으로 등록되어 도와주게 되어 있어. 증인에게는 여러 가지 혜택도 주어진다고 해.”
“남겨진 자를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려워. 존재감이 흐릿해서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도 인식하기 힘들거든.” 아이샤의 설명은 자연스레 내가 속한 상황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왜 이런 관리를 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그 생각은 점차 확장되어, 남겨진 자들에 대한 의문과 나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다시금 나의 신분증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스텐’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복잡한 기호와 함께 ‘남겨진 자’라는 문구, 그리고 증인으로 등록된 아이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는 늘 이 시간에 이곳에 와서 간단한 일들을 하고 있어.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여기서 나를 찾으면 돼.” 아이샤는 그렇게 말한 뒤, 휙 돌아서 어디론가 종종걸음으로 뛰어갔다.
나는 몸을 돌려 등록소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이 동그랗고, 귀가 세 갈래로 나뉘어 있었으며, 머리 위에는 작은 뿔이 솟아 있었다. 다가가 몇 가지를 물어보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그 생각이 말로 표현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런 나를 보던 그는 “말이 안 나오나 보군?” 하며 친절하게 여러 가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한동안 그의 안내를 따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남겨진 자들이 처음 겪는 증상이야. 하지만 금방 익숙해질 거야.”
말문이 트이자, 나는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 “저의 정보를 보고 왜 안심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내가 묻자 그는 잠시 신기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신기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스텐, 너는 B구역의 037호에 살고 있었어. 여기는 갑작스럽게 깊은 잠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주거지라 할 수 있어. 아마도 그 시점에 가족이나 지인이 너를 등록해 둔 것이겠지. 네 기록을 보면, 특별한 범죄나 문제가 되는 경력이 없는, 건실한 과학자로 살았던 사람이야. 그래서 내가 안심한 거지. 너의 경우에는 위험도가 낮아 보여서, 특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어.”
그는 추가로 설명했다. “잠이 든 지 100년은 더 지났으니, 이제 너를 아는 사람도 없고, 당연히 직장도 없을 거야.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것뿐이야.”
등록소를 떠나 문서를 들고, 복도를 걸었다. 조명이 희미하게 깜박이며, 그 어둡고 긴 통로를 따라 나아갔다. 내 발걸음 소리는 불확실하게 메아리쳤고, 주변의 형태들은 서로 뒤섞여 구별하기 어려웠다.
점멸하는 불빛이 저 멀리에서 나를 부르는 듯 했다. 그 빛을 향해 걸어가면서, 문서에서 중요한 것을 찾아내려 했지만, 글자들은 뒤엉켜 어떤 의미도 분명히 전달하지 못했다.
불빛 아래에서, 다른 인물이 나와 마주쳤다. 그의 존재는 분명했지만, 나에게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여기도 같은 이유로 왔나?” 그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복도에 메아리쳤다.
그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 갔다. 나도 계속 걸었다. 불빛이 이끄는 곳으로, 어딘가 내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있는 것만 같았다.
복도의 끝에 도달했을 때, 나는 잠시 불빛 아래에서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복도는 나를 여기까지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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