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잠에서 깨어났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현실이 멀리 떨어져 있는 듯,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조차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머릿속은 텅 빈 듯했고, 그 상태를 굳이 이해하려 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멈춰 앉아 있었다.
시간의 흐름을 느낀 것은, 몸이 미세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면서였다. 방 안은 시계의 소리도 없었고, 전자기기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내 안의 생체시계만이 시간이 흘러감을 인지하게 했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나섰다. 그 행동은 특별한 감흥 없이, 일상의 한 부분처럼 단조로웠다. 복도가 길게 이어졌다. 내가 나온 방과 같은 문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문마다 낡은 숫자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037’이라는 숫자가 적힌 명패가 내 옆에 걸려 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었지만, 나는 그대로 두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을 드러내는 흔적 같았다.
복도는 두 명이 나란히 걸을 정도로 좁았고, 어떤 장식도 없이 휑했다. 은은한 조명이 복도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고, 멀리 어렴풋이 큰 문이 보였다. 천천히 그 문을 향해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내 몸이 명확히 느껴졌고, 주변 공간이 서서히 의식되기 시작했다.
익숙한 듯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다양한 버튼들이 어지럽게 늘어선 공간이 나타났다. 아무 생각 없이 버튼 하나를 눌렀다. 그러자 방이 부유하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처음엔 이질적인 느낌이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걷기 시작했다. 누구도 나를 주목하지 않았고, 나 역시 그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사람들과의 교류는 없었고, 그들 또한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문득, 나와 부딪힐 뻔한 한 소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물어볼 게 있어.”
흐릿했던 세상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렸다. 나는 말을 하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자 소녀는 다시 물었다.
“혹시, 오늘 눈을 뜨지 않았어?”
순간 대답하려다 기억의 공백을 느꼈다. 나는 오늘 아침에 눈을 떴지만, 그 전의 기억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소녀는 내 망설임을 보며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저기 가서 등록해야 해.”
그녀는 다짜고짜 나를 이끌어 어딘가로 향했다. 아무 말 없이 따라가니 나와 비슷하게 존재감이 흐릿한 사람들이 몇몇 모여 있었다.
아이샤라고 자신을 소개한 소녀는 설명을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나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결국 세상에서 사라진다고 했다.
(지속적으로 작성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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